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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마우스를 떠나보내며 ...

by 별의사★ 2020. 1. 2.

필자는 수년 전부터 당시 아는 분을 통해 받은 Logitech M185 무선마우스를 사용중이다.

노트북에 연결해서도, 회사내 컴퓨터에 연결해서도, 그리고 한참 삼성 덱스를 사용할 때는 덱스스테이션에 물려 잘 사용했었다. (생각해보면, 얘는 수년간 휴가도 없이 주구장창 일만 했구나ㅜㅜ)

 

 오래된 물건에 영혼이 깃들어 생기는 한국의 도깨비나 일본의 츠쿠모가니 처럼, 내 마우스도 수년동안 나와 함께하면서 영혼이 생겼을까? 새해를 몇시간 앞 둔 12월 31일, 노트북에 연결해놓은 마우스가 갑자기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건전지를 바꿔준 적이 언제던가, 건전지가 다 됐나보다.

 지소를 뒤져봐도 건전지는 없었고, '바로 옆 하나로마트에서 건전지를 사야겠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 며칠전 다이소에서 아이 장난감에 넣을려고 건전지를 잔뜩 사놨는데...' 라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차피 퇴근까지 얼마 안남았는데. 오늘은 불편한대로 노트북 터치패드를 사용하고 목요일 출근 때 건전지를 가지고 와야겠다.' 라고 나름대로 합리적인(동시에 제법 절약적인) 결론을 내렸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2020년 경자년 첫 출근인 1월 2일. 전날 늦게자서였을까, 새해의 첫출근에 설레서였을까. 아침 알람을 못듣고 10분정도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해서 나오는 바람에 건전지를 쏙 빼먹고 출근을 했다. 어쩐지... 어젯밤에 그렇게 미리 주머니에 건전지를 넣고 싶더라니.

 

 결국 눈물을 머금고 출근 전 지소 옆 하나로마트에 들려 건전지를 구입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로케트, 듀라셀 등 역시 내노라하는 브랜드의 건전지들은 무시무시한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고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그냥 집에서 건전지를 가지고 올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찰 때쯤 바로 옆에 크린랲에서 만든 크린셀 건전지가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으로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손을 들었다.

 

 야호, 그나마 싸게 건전지를 샀다고 생각해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진료실로 들어와서 마우스 건전지를 교체하고 연결을 했는데 묵묵부답.

 응? 왜 이러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공지진. 건전지를 빼서 다시 끼워보고, 블루투스 동글도 다시 뺐다가 다른 USB 포트에 끼워도 보고, 네이버의 도움으로 여러 블로그 글, 지식인 글도 읽어보고. 그러다 어느 글을 읽어 Logitech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프트웨어도 받아봤으나 인식 불가.

 그제서야 블루투스 장비창을 들어가 인식되지 않는 마우스의 존재를 확인했다.

 아, 수명을 다했구나. 불러도 반응없는 마우스와 동글을 빼 책상 한켠에 놓아두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평생 고생만 하고, 호강은 누리지도 못한 채 훨훨 떠나갔구나.

 수년동안 참고 또 참고 기다리다가 경자년 쥐띠해가 오니까 "옳다구나! 드디어 나의 해가 왔구나!" 하고 멀리 떠나간거니.

 떠나기 며칠전에 "제가 2020년에 떠날 예정입니다." 라고 미리 언질이라도 줬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텐데.

 갑작스런 너의 죽음에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허겁지겁 새로운 마우스를 검색하고 있구나. 무심한 녀석.

 어디서든 좁은 마우스패드, 모니터 화면 밖을 벗어나 훨훨 날아다니며 행복하게 지내렴.

 

 2020.1.2. 마우스를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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